5. 파계(破契)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체 며칠째 집안에서 자중하며 방학 과제물 작성에 여념이 없다가 그나마 경희와의 통화로 바깥소식이며 형진의 안부를 묻곤 하던 혜린은 부모님이 잠시 출타중인 틈을 타 방문한 경희를 반가운 듯이 맞았다.
"아휴...말도 마, 지겨워서 참느라 혼났다."
"잘 됐지 뭐,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잘못한 것 반성도 하고....."
"이 가시나가 정말...말하는 거 하고는....."
"참...오빠는 별 일 없이 잘 계신데?"
침대 위에 나란히 엎드려 대화를 주고받던 혜린이 궁금한 표정으로 눈을 껌벅거리며 대들 듯 경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너는 친구는 안중에도 없고 입만 열면 형진 오빠냐?"
"호호호...넌 가장 절친한 내 친구니까 일단 열외로 하고 말이야."
"응, 요즘 며칠째 리포트 작성 한다고 바쁘고 조카 녀석 과외 하는 거 외에는 별 일 없
나 보더라. 언제 너 한번 다시 만나게 주선을 해 달라고 오빠가 부탁을 하던데 어떡 하지?"
" 그래.....?"
" 사실은 그동안 네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내가 모두 얘기를 했어?"
" 아니, 얘가 미쳤어? 뭐 하려고 쓸데 없이 그런 얘기까지 하고 그래?"
" 이 가시나야!"
"오빠도 알아야 대책을 세우던지 하지."
"그러다 집안끼리 덜컥 약혼식이라도 치러 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딱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경희가 말했다.
" 만약에 그런 낌새가 보이면 난 어디로 도망쳐 버릴 거야."
" 학교는 어떡하고?"
" 뭐...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하면 되지?"
" 한심 하기는...그러니까 넌 아직 철부지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둘은 거실의 인기척을 느끼며 잠시 대화를 멈추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혜린의 엄마가 시장 바구니를 든채 빼꼼히 쳐다 본다.
" 경희 왔구나. 잘 지냈니?"
" 녜... 어머니 안녕 하세요."
" 놀다 가거라."
" 예..."
주방으로 들어 간 엄마를 확인 한 혜린이 살금살금 걸어와 다시 자리를 하고 앉았다.
" 그건 그렇고 오빠랑 만나는 기발한 방법이라도 없겠니?
" 너 그러다 정말 부모님께 들통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 뭘, 어떡하긴... 성인인데 정식으로 인사 시키고 교제하면 되지."
" 잘도 허락 하시겠다?"
" 그건 그렇다치고, 무슨 묘책이 없을까?"
"아! 맞다."
"얘, M.T 간다고 하면 어떨까?"
" 하여간 얘는 잔머리 굴리는거 하고는....."
짧은 겨울 해가 창가에 잠시 앉았다 넘어 간 그날 저녁까지 앞으로 불어 닥칠 심각한 사태는 아는지 모르는지,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친구며 동아리 멤버들까지 동원하자느니 하면서 온갖 계획에 골몰하며 오랫만에 만난 두사람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형진과의 만남을 위해 경희는 물론이고 동아리 친구들까지 동원하여 연주회 세미나를 핑계를 대었고, 여기저기 몇차례 전화로 수소문하던 혜린의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이박삼일간의 일정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희의 거짓과 둘러대기로 금쪽같은 시간의 자유를 얻은 혜린은 당장 형진에게 연락을 하고 과외를 끝내고 저녁을 먹은 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형진의 2층 방으로 달려 왔던 것이다.
" 오빠....! 저 왔어요."
형진이 시크하게 말을 툭 던졌다.
" 외출 금지령 내렸다면서 어떻게....?"
" 경희랑 친구들이 도와 주어서 겨우 자유를 찾았어요."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있는 혜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말고 형진이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와서 등 뒤로 감추었다.
" 이리 와서 눈 감고 앉아봐."
" 으응? 뭐 할려구?
새침때기처럼 침대위로 올라 앉은 혜린이 입을 내밀고 형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 거기 앉아서 꼼짝 하지 말고 눈 감으라니까?
" 자아...내가 눈 뜨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 예.....!"
분홍색 작은 보석함에서 은행잎이 선명하게 새겨진 은반지를 꺼내든 형진이 빙그레 웃더니 혜린의 오른손을 잡고 네번째 손가락에 살며시 끼워 넣었다.
" 자, 눈 떠 보세요?"
" 어머.....! 예쁘다."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보다말고 혜린이 감동이라도 먹었는지 눈을 들어 형진을 빤히 쳐다봤다.
" 자아, 이젠 혜린이 나에게 끼워 줄 차례다?"
내민 보석함에서 반지를 꺼내 든 혜린이 주저 없이 형진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 옛날 옛날에 이집트 사람들은 심장이 오른쪽에 있고 사랑이 거기서 나온다고 믿고 사랑의 징표인 반지를 이렇게 끼워 주었데, 나 형진은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혜린을 사랑하며 아껴 줄 것을 명세합니다."
손을 들어 선서라도 하는 시늉을 하던 형진의 품으로 혜린이 덥썩 달려 들었다.
" 오빤, 이제부터 내 남자야."
극적이고 감동적인 형진의 이벤트에 감동을 받아서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면 떨어져 지낸 그 며칠이 두사람을 대담하게 이끌었을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는 형진의 목덜미를 끌어 안으며 대담하고 격정적인 키스를 퍼 부었다.
" 너를 잃고 싶지 않아...혜린아 사랑해!"
" 사랑해요...오빠!"
서로의 짧은 고백이 끝나기가 무섭게 왼손으로 상체를 껴안은 형진은 뜨겁게 포옹하며 입안을 들락거리는 혜린의 혀를 받아 들였다.
"으읍.....!"
혜린의 심장은 뜨겁게 풀무질을 하며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부끄러움으로 귓볼까지 빨갛게 물들이면서도 형진의 그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기다리고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혜린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연을 모두 알아 버린 탓이었을까? 늘 이성적으로 대하던 형진의 사고에 변화가 일어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아 저편에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이 꿈틀거리며 주체하기 힘든 기세로 형진의 오감을 자극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뺏기지 않겠다는 강박 관념이 그를 대담한 행동으로 이끌도록 유혹을 했다.
" 미치겠어, 아...아.....!"
두 사람의 뒤 엉킨 육체가 꿈틀거릴 때 마다 미니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져 있는 길고 날씬한 다리를 모두 드러내고 허벅지까지 올라가 있고, 조금이라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면 터져버릴 듯 한 비밀한 여체의 자태가 어둠이 깔린 침대위로 드러났다.
조심스레 한 꺼풀씩 옷을 벗겨 내린 그 곳에 눈부신 나신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비스듬하게 드러누운 혜린의 매무새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움직임 하나하나가 수수께끼처럼 요염하게 비치고 형진의 눈길은 충혈된 체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
풍만한 엉덩이만이 겨우 덮여있는 팬티가 움직일 때마다 나풀거리며 드러날 듯 말 듯 아슬아슬하다.
" 아, 참을 수가 없어."
상큼하고 달콤한 여체의 향기가 형진의 코에 스치는 순간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다.
검은 브래지어의 조각이 툭하고 풀리며 눈앞에 손길 한번 스쳐가지 않은 처녀의 탄력 있는 탐스런 유방이 그 하얀 덩어리에 핑크빛 유두의 콘트라스트로 풍성함을 강조하며 어두운 조명 아래 불끈 솟아 있었다.
펄펄 끓는 육체를 달랠 길 없어 안달하던 형진은 수줍은 듯 눈을 꼭 감고 누워 있는 혜린의 위로 육중한 그의 상체를 부딪혀가며 지그시 눌렀다.
" 아.....! 오빠....."
형진의 묵직한 체중이 느껴지면서 달콤하면서도 시큼한 남자의 냄새가 콧끝을 자극 했는지 혜린은 가느다란 신음을 �으며 눈을 지끈 감았다. 팔딱팔딱 뛰는 맥박의 선명한 박동소리, 불 막대와도 같이 뜨거운 생명력이 넘치는 남성의 심벌을 받아 들였는지 묵직한 파열에 고통을 느낀 혜린이 허리를 꺽으며 가느다란 비명을 질렀다.
" 아파요.....!"
육중한 체구로 풀무질 하는 몸짓에 침대가 삐거덕 거리며 순식간에 실내는 환희와 열락의 도가니로 돌변하며 거치른 열기로 가득 찼다. 행여 다칠새라 조심스레 밀착을 하며 거침없는 담금질을 하던 형진이 참지 못할 절정에 다다랐는지 거친 숨소리를 토하며 짐승처럼 비음을 쏟아 냈다.
" 아....아...허억.....!!
가끔 몽정도 경험하고 자위행위를 경험해보긴 했지만 신비한 여체와의 합일은 처음이었던 형진은 절정의 쾌감 속에 전율하며 몸부림치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처음 하는 사정의 허탈함과 부끄러움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사랑해... 혜린.....!"
흐느끼는 소리를 감지한 형진이 돌아 누웠다. 하체로 전해지는 첫 경험의 통증과 사랑하는 남자에게 순결을 바친 허탈감에서 오는 슬픔으로 물 머금은 나신처럼 늘어진체 곁에 누워 잔잔한 떨림으로 울고 있는 혜린을 살며시 안으며 위로하듯 속삭였다.
" 오빠, 사랑해......!"
팔딱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혜린이 형진의 품으로 얼굴을 묻으며 수줍은 듯 고백했다.
창문 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무거운 듯이 떠 있었다. 바람은 한점 없고 금방이라도 흰 눈이 내릴듯한 날씨였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잠깐 들리다가 이내 사라지고 차들이 거칠게 질주하며 내 품는 소음이며 헤드라이트 불빛이 창문 사이로 간간히 비쳤다.
잠결에 스쳐가듯 피 빛 음산한 고난의 조각상에서 누군가 울고 있었다.
젊은 청춘들의 순결과 동정이 파괴된 그 밤도 저만치 달음질치고 서투르고 어색 하면서도 한바탕 격렬한 섹스를 치른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꼭 껴안은 체 한몸이 되어 죽음처럼 깊고 푸른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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