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그들의 천국
12-2. 그들의 천국 /회장의 침실에 들다./ 거부 그리고 사퇴/ 설계부의 김대리/
정리 정돈을 끝내고 먼지 한점 날리지 않도록 단장된 사내 통로에는 망치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고 조용했다. 회사내 보안을 담당하는 청경들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 현장은 그룹 중역들이 다녀 갔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갔다.
관광호텔 해금강홀에서 베풀어졌던 오찬을 겸한 저녁 연회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회장의 치사와 90년도 중반까지 선진 조선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비젼을 제시하며 탑900
0 프로젝트 보고를 끝으로 건배를 곁들여 흥이돋은 연회는 저녁 9시를 지나면서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단아한 차림으로 분장하고 비밀리에 실장의 개인 승용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서 대기중이던 혜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후내내 휴식하면서 대기중이던 그를 저녁 늦은 시간에 호텔로 데려온 내막을 추리해보면 어떤 접대인지 눈치없는 사람이라도 대충 짐작 했을터...
'이런게 아니었는데...지금이라도 그만 두겠다고 말씀 드릴까?'
명문가의 정략 결혼에도 고집을 꺽지않고 않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맞섰던 혜린은 양심의 갈등으로 요동치면서 흔들리는 자아를 다독거리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기업이라는 조직속에서 꼼짝없이 복종해야하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함께 가시죠?"
헌칠한 키에 짙은 썬글라스를 낀 경호원이 표정을 숨기고 선 자세로 승용차 문을열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저만치 정원 숲 사이로 비치는 가로등 아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며 비서실장이 지켜보고 있었다. 로비를 통과하지 않고 울창한 호텔 정원 산책로를 따라 뒷문을 통해서 들어간 인적없는 복도에는 희미한 실내등이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똑똑똑...!'
소리 안나게 문을 딴 경호원이 목고개를 돌리며 들어가라는 시늉을 했다.
잔뜩 긴장해서 굳은 표정을 숨기며 엉거주춤 들어선 스윗룸에는 머리가 휘끗한 점잖은 어른이 연일 계속된 일정에 피곤한 기색으로 까운을 걸치고 쇼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다 들어서는 혜린을 쳐다봤다.
" 처음뵙겠습니다. 윤 혜린이라고 합니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단정하게 두손을 모으고 가볍게 목레로 인사를 했다.
"음...거기 앉아요."
" 네.....!"
"위스키 한잔 부탁해요."
"네!"
자신이 접대해야 할 상대가 매스콤을 통해 자주 비치던 회장임을 대번에 알아채고 정신이 없던 혜린은 떨리는 손을 진정하며 냉장고를 열어 비치되어 있던 시바스 위스키를 잔에다 붙고 얼음을 채워 과일 안주와 함께 테이블위에 마시기 편하도록 가지런하게 놓았다.
"학생인가?"
위스키잔을 들어 천천히 한모금 마시던 회장이 동안의 외모를 한차례 �어보다가 궁금했던지 물었다.
"아닙니다. 비서실 직원입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내�은 말이었다.
"괜한짓을 했구만. 쯔쯔.....!"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
"네,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이봐 젊은 친구? 나 회장이야. 힘들거나 불편하면 가도 좋아. 그렇게 자세가 굳어 있으니까 나까지 불편하잖아?"
훈련이 덜된 직원을 나무라듯이 짜증난 투로 말했다.
"회장님, 전...죄송합니다."
파랗게 질려서 어쩔줄 몰라하며 더듬거리며 대답을 했다.
"나도 사람이니까 어러워말고 편하게 대해줬음 좋겠어."
"죄송합니다.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입사한지는 얼마나 되었고?"
"네, 5개월 되었습니다."
"아직 신입이구만.그래 하는일은 적성에 맞고?"
"녜, 열심히 배우는중입니다."
"그래요. 샤워 할테니까 준비좀 해줬으면 좋겠어."